컴퓨터에게 대신 그림을 그리도록 시키는데 몰두해볼 생각은 그다지 없었다. 그 대신 사람들이 자신의 그래픽카드를 소모하며 어떤 실험을 하는지 궁금했다.
학습을 더 시키고 모델을 바꾸고 프롬프트를 실험하고 버전 업그레이드를 하며 화풍을 구축하고 실사 반실사 즉 현실같은 것과 판타지 같은 세계를 표현해내고 있었는데, 압도적인 탐구 대상은 ‘여성’이었다.
당연하다. 그래픽카드와 도구 설치를 실험하는 선구자들은 하드웨어 전문가 및 게이머 계층과 대개 일치하는 집단이다.
글을 쓰는 AI에게 뭔가를 물어보며 거대 서버의 전력을 소모하는 일이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주제가 생기면 구글 검색으로 어느정도 파악하여 머리에 떠오르는 것과 연결해보거나, 훨씬 명확하고 심플하면 gpt 에게 make blog 해보라고 시키는 일도 줄었다. 흥미가 감소한 것이다. 훨씬 다양한 영역에서 생성형 AI 서비스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러면 어떤 사람들이 꾸준한 흥미와 의욕으로 GPU NPU를 혹사하는 것일까. 수익화라며 본인이 생성한 이미지에 도장을 박아 브랜드화하거나 유튜브 틱톡에 올릴 컨텐츠로 바꾸려는 이들이 나타났다.
채팅창에서 답변하는 상대를 object 로 투사하여 학습으로 가스라이팅하고 음란 대화 대상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꾸준한 모양이다. 부정적인 학습이 고정되는 부작용때문에 맥락을 계속 연결하지 못하도록 초기화 제한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제한은 태블릿이나 폰에서 돌아갈 수 있는 오픈소스 미니 모델에서는 풀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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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컨트롤러가 필요없는 ‘공간 컴퓨팅’ 기기라는 것이 만들어졌는데, 머리에 쓰는 것으로 세팅이 끝나는 고성능 완성형 컴퓨터가 등장한 것이다.
게이밍 관점에서 생각해보니 퀘스트는 4K 비디오게이밍에는 얼씬도 못하는 가벼운 체험형 기기이고, 플레이스테이션 VR이 더 생생한 가상 체험을 시도한 것이라면, 비전 프로는 공간에 비디오게임 화면을 애뮬레이팅 할 수 있는 수준인가보다. 누군가는 이 시스템에 AI 엔진을 돌려서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글 및 이미지와 상호작용할 것을 시도하지 않을까.
오픈 소스 실사 이미지 생성은 통상 개인이 선호하는 인물 이미지를 주고 가중치를 주며 이상형을 뽑아내는데, 모델이 어느정도 구체화되면 온갖 포즈와 패션과 배경설정을 바꿔가며 실험하는 것이다.
너무 잘 알려진 유명인 데이터를 사용하면 딥페이크 시비에 걸릴 것이니, 공개하지 않고 하드에 차곡차곡 쌓이거나 음지에서 공유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여성들의 이미지를 합체하여 만들어낸 합성형 미인이 아이돌이 된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수준으로 눈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존재를 개인화하여 서버가 아닌 개인컴퓨터에 담아두고 반려로 삼으려는 시도가 진행중이었다. 이러한 욕망이 기술에 돈을 쓰게하고 업그레이드를 더욱 촉진할 것이다.
팬데믹 덕분에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서거나 면역되는 진도가 속도를 내게 됐다. 내 다음 관심사는 그래픽카드를 혹사하여 삽화들을 뽑아내며 이야기나 상황을 연출하거나 이상형을 조합해내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쓰던 이들이. 디아블로 게이밍이 지겨워질때쯤, 비전 프로에 개발자모드로 무엇을 설치하고 어떤 학습을 시킬 것인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