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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18 듀오링고
    잡설 2023. 6. 5. 11:49

    #Duolingo 30일차

    후기 또는 예찬기.

    공부는 지겹고 귀찮은 것이지만, 게임은 그렇지 않다. 듀오링고를 소개할때 랭귀지 게임앱이라고 말하곤 한다. 말하고 타이핑하고 선택하고 끼워맞추며 배열하는 게임이고 순위를 정하며 리그를 배정해준다.

    스페인어를 위해 진입했지만, 기본 구성이 영어사용자용 앱으로 되어 있어서 영어가 안되면 진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선행 언어 개념으로 ‘한국어사용자용 영어’ 진도를 우선적으로 빼고 있다.

    -English

    지금까지 진행하면서 어휘때문에 막히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대략 대한민국에서 수능을 본 사람이라면 80% 정도의 단어들은 잠재적으로 갖고 있을 것이다.

    플레이할때 미치게 만드는 것들은 the a at in on 그리고 s 따위였다. 어쩔때는 모든 단어마다 the 를 붙여야하는 것 처럼 굴다가 the 를 붙이면 안되는 단어들이 간혹 나오는 식이다. 나는 영어를 a the 집착증 환자들의 언어로 이해하기로 했다.

    -Español

    듀오링고는 내 영어발음보다 스페인어 발음을 훨씬 잘 알아듣는다. 스페인어는 gender 집착증 언어이다. e a os as 의 세계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Los vestidos 드레스가 왜 남성명사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집단인 우리와 당신네들에 대해 말할때는 어마어마하게 에너지를 들이고 격식을 차리도록 만들어져 있다.

    Nosotros queremos comer en el restaurante.
    We want to eat at the restaurant.

    영어 진도를 바탕으로 유사한 컨텐츠로 스페인어 진도를 나가니 시너지 효과가 있다.

    -日本語

    유럽쪽 언어 게임이 지겨워지면 일본어 게임으로 기분전환한다. 교양 수업까지 들은 적이 있어서 대략 90%의 히라가나 가따가나는 읽을 수 있었고, 잠재된 어휘도 어느정도 있었다.

    영어 사용자를 위해 친절하게도 초반은 문자 맞추기 게임으로 되어 있고, 내가 현재 진행중인 부분까지도 말하기는 시키지 않고 있다. 단계가 많고 세심하게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어사용자라면 한자와 발음 맥락으로 때려 맞추거나 찍는게 가능하다. 뵤잉(병원) 쿠쿠샤(구급차) 신분(신문) 등등.

    ——

    지문을 보니 국민성이 어느정도 반영되어 있다. 일본어 지문에는 이런게 있다.

    하나상노 보시가 죠또.
    하나상의 모자가 좀 거시기(별로야)

    서양인들은 이런 지문을 통해 동양인의 뒷담화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듀오링고로, 정확하게는 아이폰(스마트폰)에 설치된 듀오링고 앱으로 외국어를 배운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봤다.

    기존 공부방법과 비교하자면 진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게 빠진다. 아이폰 키보드의 자동완성 기능과 함께 플레이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만약 아이폰을 빼앗기고 종이와 연필이 주어진다면 외국어 글쓰기 멍청이로 돌아가는 것이다.

    타자기가 없었을때 수십만의 a the 를 위해 쓰였을 손근육의 ATP 에너지들. 중국과 일본의 ‘로마자로 한자를 입력하는 자동완성 키보드’가 개발되지 않았을때. 천자가 넘는 한자를 머리속에 담아두려는 시간들.

    워드 프로세서가 없었을때 글쓰기에서 문장이나 문단 순서를 바꾸고 싶으면 어떻게 했을까 추측해봤다. 아마 많은 영상에서 보았듯이 원고지를 꾸겨서 던져버렸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부터 전화번호 숫자들을 암기하는 능력이 감퇴했다. 주산과 암산을 배운 세대이기 때문에 숫자를 도형으로 바꾸어 연산하는 능력은 어느 정도 있었다.

    기계와 함께 공부한다는 것은 기계의 도움을 받아 내 두뇌에 저장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마도 내 뉴런들에서는 영어 단어 체계와 연관된 스페인어 단어들을 비슷한 의미의 일본어 단어들과 함께 연결하고 강화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단어들을 쓰면서 느낄법한 획긋는 감각은 함께 연결되지 않는 것이다. 한자들과 길이가 긴 단어들은 정확도가 누락되는 것이다. 그것들은 내 신경세포가 아니라 아이폰 키보드 자동완성 기능이 대신 학습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종이와 펜은 물론이고, 윈도우 컴퓨터 앞에 앉혀놔도 내 글쓰기 능력은 감퇴하여 당장 구글의 도움을 받으려 할 것이다.

    듀오링고로 플레이하는 것은 펜으로 써야하는 시험 대비로는 부족하다. 일부 능력을 폰에게 이양하는 방식으로 빠른 진도가 가능했던 것이다.

    아마 앞으로 개인화된 인공지능은 이처럼 우리 글쓰기와 말하기에 적극 개입하게 될 것이다. 안경을 쓰면 외국어 구문 후보들을 화면에 뿌리며 말하기를 도와주게 될 것이다.

    듀오링고는 그 중간 어디쯤을 체험하게 해주는 언어 능력 향상 장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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