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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31 듀오링고 랭귀지잡설 2023. 6. 5. 11:46
#Duolingo #Language
유럽 언어에 능통한 조승연씨가 영어에 대해 얘기한 것이 기억난다. 그 지방 고어에 바이킹 쪽 북방계 언어가 유입되고 한때 상류층에서는 프랑스 어휘가 유입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하층민은 cow를 키우고 상류층은 beef를 먹는다나. 그렇게 보니 유럽에서 나고 자랐으면 자연스럽게 영어 고어나 라틴어에 관심이 가게 될 지도 모르겠다.
언어는 양파처럼 층위가 쌓여서 만들어지는 느낌이다. 일본어 게임을 하다보니 일본어는 대략 이런 블럭들로 구성된 듯하다.
(반도를 통해 전해졌을) 한자들과 중국 어휘와 고사 성어들.
한자와 토종말을 아우를 도구로서의 히라가나.
근대에 유럽에서 수입하여 체계적으로 번역한 “한자”들.
외래어 표기 도구로서의 가따가나.
적당히 바꾸거나 현지화한 네덜란드 독일 영어 어휘들.
(그리고 줄이고 끼우고해서 만드는 신생 어휘와 한본어)
한자어는 대략 두가지 층위가 존재하는데, 고대 중국어와 일본 근대학자가 본격적으로 작업한 근대어이다. 그 근대어들이 뭐냐 하면.
철학 과학 화학 물리학 실험관 종교 사상 등등등이다.
그리고 불란서 덕국 미국 영국 영어 등일 것이다.
그래서 한국어의 층위는 대략 이렇지 않을까.
상류층이 사용한 한자 교본.
대중이 사용하던 고대 순우리말.
도구로서의 훈민정음.
한글로 바뀌기 시작한 한자 어휘들.
식민지때 일본에서 본격 수입된 한자어들과 일본산 어휘들.
근대 한글로 표기되는 외래어들.
그리고 영어.
——
山은 ‘야마’로 발음하는데 富士山은 후지‘산’으로 발음한다.
역을 뜻하는 에끼 駅에는 horse 를 의미하는 문자가 들어간다. 공항인 aeropuerto 가 항구인 puerto 로부터 비롯되었듯, 항구의 입국 심사 문화가 공항으로 넘어갔듯. 역은 역사적으로 기차 이전에 말이 들르던 곳이었다.
그리고 같은 표현을 정석적으로 하거나 한자 어휘스럽게 하거나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아마도 어휘 출신이나 사용 계층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어는 ‘한글’이라는 먼치킨 도구때문에 모조리 해쳐 모인 1차원 언어 집단처럼 착각하기 쉽지만.
쉽다. 쉬웠다. 어렵지 않았다.
용이하다. 평이하다. 무난하다. 난해하지 않다. 물 난이도.
정말 낫 이지하다.
8 90년대에 신문지에 쓰인 일부 단어들은 한자로 되어 출신을 표현하고 양반이나 지식인의 뽐내는 도구로 활용되곤 했는데, 한글로 죄다 변환되니 출신과 의미는 흔적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뽐내거나 의미를 강조하거나 오해를 피하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영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자어 어휘는 많은데 성조나 젠더나 강세처럼 동음어를 구분할 수단은 적어서 영어가 보조 수단으로 적극 도입된 느낌도 든다.
아마도 키보드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을때 부터였을 것이다. 한국어는 ‘한자 + 한글’ 문어체 체계에서 ‘한글 + 영어’ 구어체 및 번역어체 위주로 탈바꿈했고, 그 구분선은 부머 vs 86 및 X세대 구분선과 일치한다. 신문과 네이버 소비 집단 구분과도 겹칠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어를 잘하는 타일러가 어휘의 뿌리로서 한자어와 사자성어까지 관심갖고 잘 알게 된 이유를 알 듯 하다.
어릴 적에 천자문과 한자 과목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던데다 때마침 중등교육 즈음 한자가 퇴출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내 한자 능력은 부실한 수준이지만, 이 정도라도 일본어 게임에 제법 도움이 된다. 그리고 발음 유사성을 발견할 때마다 이 발음은 건너간 것이었는지 건너온 것인지 궁금해질때가 있다.
——
좀더 연관성과 내역 역사와 뿌리에 관심이 많은 성격이었다면, 알파벳의 지역 이동이나 라틴어와 지역 방언에 관심을 가지듯 천자문과 중국의 고전서나 무협지나 삼국지 따위에 관심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선이나 고려에서 쓰여진 글들을 읽기 위한 세계와 관문에는 그저 ‘한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성리학과 왕권을 견제하고자 도입한 것인지 온갖 지리멸렬한 중국산 법도와 농경 사회의 습관들이 가득한 것이다.
돌아보니 개인사적 성장기에 대륙세력의 세계와 해양세력의 세계, 무협 세계와 판타지 세계 중 양자선택을 강요받았던 것이다. 당시 번역되던 영미권 SF에 발을 들여 물리적인 것으로까지 관심사를 넓히던 내게는 결과가 무척 뻔했다.
그래서 한국어 구들짝 밑에 있는 한자어와 고려 조선과 고전의 세계는 당분간 계속 무시하고, chinese characters 는 일본어와 중국어 학습을 통해 간접적으로 익히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반응형'잡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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