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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0 El abrazoSocial Dance 2024. 6. 10. 20:35
https://youtu.be/A9aarUFVXIc?si=vN8n67-6cREK55Gy
El Abrazo (The Embrace)
아브라쏘는 아르헨티나 땅고의 가장 큰 특징이다.
안고서 추는 춤이라니. 껴안는 바람에 손과 팔 움직임을 봉쇄당하며 그래서 다리 움직임을 과시하는 형태.
하지만 안음이 주는 매력은 무시무시한 양날의 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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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Español 사용 지역인 남미에서 유독 소셜댄스가 발달한 이유가 무엇일까. 어쩌면 gender 구분이 명확한 언어 특징이 leader follower 역할 구분을 명확히 제시하게끔 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클럽 플로어에서 리더 역할로 춤을 추는 생활을 이어가다보니, 언젠가 완벽한 시장주의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여성들이 좋아하고 선호하는 춤을 배우고 춰야한다는 것이다. 시장은 유행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바뀌므로 끊임없이 적응해야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플로어 유행 변화에 밀려 멸종한 고수들을 본적이 있다면 충분히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경력이 쌓이면 마음 속에 dance crush 우선순위 목록이 생기고, 안타깝지만 기피해야할 배제 목록도 생긴다. 우선 순위는 상대적이고 유동적인 편이다. 평소 굳이 다가가지 않을 법한 댄서가 경우에 따라서는 그날 그곳 한정 베스트가 되기도 한다.
시행착오를 통해 목록을 정리하는 두가지 필터 기제를 갖게 되었다. 첫째, ‘Dancer’가 아니면 거른다. 둘째, ‘Consent’ 범위에 맞지 않으면 가급적 접근하지 않는다.
살사의 경우 댄서로 보이지 않는 사람은 음악 정박에 무게중심 이동을 너무 못하거나, 걸음을 자주 멈추고 게으르게 움직이는 이들이다.
이렇게 구분선을 두는 이유는 몸이 아프기 때문이다. 무게중심 이동에 문제가 있는 팔뤄는 발목을 아프게 하고, 게으르고 성의없어 보이는 태도는 잡아끄느라 힘들며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때문에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음악을 너무나도 존중하지 않으면 함께 ‘춤’을 하고 있다는 느낌조차 사라진다. 사물이나 운동기구 취급당하는 셈이다.
컨센트라는 동의 범위는 결국 우리가 남녀이며 심리를 가졌기 때문에 따지게 된 것이다. 인사하고 관심을 표현하는 지인망 내에 들어온 사람들은 이미 플로어에 함께 나설 준비가 거의 된 셈이다. 나이 차이가 크지 않고, 인상이 비호감이 아니며 외모가 대략 준수하면 동의 확률은 높아진다.
‘남자’심리상 존중도를 더했다. 좋게 말해 상호 존중이고,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서열이나 기싸움 쯤 되는 요소이다. 춤 한곡을 맡겨야할 리더가 본인보다 서열이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에 차지 않으면 플로어 밖으로 뛰쳐 나가거나, 대놓고 불만을 표현하거나, 리드를 깨고 솔로 댄스 등으로 공격성을 드러내는 성향이라면 컨센트가 아주 안맞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존중받으리라는 확신이 없으면 처음부터 플로어에 함께 서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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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는 무게중심 이동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바차타는 박자를 늘려쓰고 롤 동작으로 발을 멈추는 등 예외가 있지만, 파트너가 걷지 않거나 무게중심 이동을 안할 경우 불쾌감이 상당해진다. 그리고 무릎을 모으지 않아서 무게중심이 어깨 바깥으로 빠지면, 스텝 포지션 예측을 잘못해 딸려가며 쓰러지기도 한다.
몸에 충격이 가해지는 것이다. 이런 ’고통‘은 매우 중요한 변수이다. 자극이 습관을 만들기 때문이다. ’초보‘하고만 춤을 추는 살사 리더는 8박자 6스텝을 온전히 다 밟을 수 없다. 발목이 아프지 않기 위해 안걷고 버티며 서는 습관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클로즈드 포지션을 해야할 바차타는 살사보다 더욱 까다롭게 컨센트 범위를 고려한다. 걷지도 않고 매달려서 허리만 제끼려는 흉내꾼과 질색하며 등뒤에 놓인 오른손을 쳐내는 불편러까지 공존하는 씬이기 때문이다.
이 만큼의 차이는 오픈 포지션과 클로즈드 포지션의 무게 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몸 거리가 가까울수록 리스크는 지수적으로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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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게라가 걸은 후 한발로 서서 버티지 못하고 뒤꿈치를 내려놓으면. 옆으로 무너지거나 체중이 뒤꿈치로 쏠려 상반신이 뒤로 제껴지면서 리더를 당겨 쓰러뜨리게 된다.
버티고자 한다면 발목과 허리에 충격을 감당해야 한다. 나는 바로 이 고통이 ’아브라쏘‘에 내재된 근원 요소라고 생각한다. 딴다 음악구성, 코스튬 문화, 쌀롱 문화, 까베세오 프로토콜까지 여기에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다. 척추에 가해지는 데미지는 바차타 클로즈드 포지션이 감히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다.
매 걸음마다 허리와 발목에 막대한 고통을 주는데, 그것을 리더가 마땅히 감수해야 한다고 여기며, 심지어 버텨주지 못한다고 깔보기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듬직하게 잡아주는 본인의 선생님 리더를 첫 기준점으로 두기 때문이다.
기본기와 실력과 태도가 부족하면 그 댄서는 플로어에서 고통 그 자체이다. 그 고통의 매개가 되는 것이 아브라쏘이다. 그래서 그런 존재를 무관심으로 응징하는 곳이 밀롱가이며, 외부인과 초보를 우선 경계하는 이유이고, 땅게로스들이 대개 Introvert 성향이며 예민하고 재수없어 보이게 행동하는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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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센트 범위로 파트너를 선별한다면, 플로어 매너와 동업자 의식으로 플로어에 함께 선 다른 댄서들을 배려한다. 그렇지만 미약한 개인은 시장 변화에 적응하려고 애쓸 뿐이다.
성비 변화로 리더 댄스의 평균 가치가 하락하고 불쾌한 신청 거절이 만연해지자, 리더는 팔뤄의 신청을 거절할 수 없다는 암묵적인 의무를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이 쌓인 셈도 됐다. 상대를 스스로 물색하는 팔뤄를 목격하면 목록에서 내보낸다. 내가 나서서 신청할 이유가 없다. 그녀는 언젠가 나에게 신청할 것이거나, 이미 내게 다가오지 않는 행위 만으로 내 서열과 우선순위가 낮다는 신호를 표현한 셈이니까.
기싸움을 시도하거나 거절 경험이 있는 댄서는 관심과 시선을 거두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모두 컨센트 범위에 부합하지 않는 신호들이다. 나와 내 리드에 집중하지 않는 불쾌한 태도를 몸으로 겪으며 체득한 피가 묻은 알고리즘들이다.
까베쎄오 경쟁을 하지 않고, 손까베 말까베 지인찬스로 기회를 박탈해대는 리더들이 많은 밀롱가는 방문을 끊는다. 또는 똑같이 까베쎄오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일행하고만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까베쎄오 약속이 통하지 않는 밀롱가는 진짜 밀롱가가 아니다. 까베쎄오를 하지 않는 댄서는 땅게로가 아니라는 사실 만큼이나 명확한 것이다.
플로어에 선 모두가 댄서가 아니라는 사실만큼이나, 모든 학생이 땅게로가 될 수 없다는 사실도 냉혹하지만 명확하다. 땅고는 밀롱가에서 성장하는 춤이 아니다. 스튜디오와 쁘락띠까가 그런 곳이다. 그래서 밀롱가는 내게 미래의 공간이다. 땅게라들의 컨센트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준비를 갖출 시간이 필요하므로.
이것이 땅고이고 아브라쏘이다.
수반되는 ‘고통’이 쌓여 만든 문화이다. 잘못 만나면 아프고 망가진다. 하지만 어쩌다 가끔 잘 안고서 함께 걷고 음악을 탈때 극락이 온다.
#tango de salón 23개월 지나 조만간 경력 2년.반응형'Social Dan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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