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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8 관계잡설 2024. 6. 8. 10:48
#meme #관계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 언젠가부터 이성이나 합리같은 소리는 과거의 생각으로 치부했다. 자기 복제자인 유전자를 담은 그릇이나 주머니가 생명과학 단위의 설명인데, 야생을 벗어난 이후의 인간은 말과 생각에 전염되는 밈 주머니라는게 최근 나를 지배하는 생각이다.
나는 주변 사람들과 주로 책에 의해 복제되고 전염된 밈(아이디어)들의 총체이다. 아마도 소속 집단에 동질화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에 획득한 유전 형질인가보다. 예를들어 내가 아무리 무신론 성향이 확고한들, 주변 사람들이 죄다 유신론 성향이며 그 주제의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다보면 버텨내지 못할 듯 하다. 아마도 생존을 위해 사고방식을 바꾸게 될 것이다.
따라서 나를 바꾸고자 한다면, 책과 주변 사람들을 바꿔야 한다. 즉 듣는 말들을 바꿔야 한다. 이게 요즘 기준으로는 소셜미디어 친구와 유튜브 채널 및 컨텐츠 생산자가 될 것이다.
노인들이 단톡방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주고 받는지, 종편 채널에서 어떤 감정들을 소비하는지 엿보고서는 함께 말을 섞기 싫다는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바로 이런 방식으로 확증편향이 작용하여 각자 격리된 소규모 우주에서 살게된 것이다.
연장자의 경험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되는 시대가 된 것이. 농경문화 근대화 정보화를 수십년 만에 몽땅 겪은 우리 사정인데, 오지랖 넓고 관계를 맺고나면 서열 확정후 반말이 보통인 선배들의 습성이 그때에는 생존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이삼십대 어떤 이들은 ‘나’를 같은 공간에 두고 싶지 않은 나이 많고 꽉 막힌 옛날 세대로 여기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때가 되었다. 이런 것을 NPC 취급이라고 하던가.
종교 지역 진보 페미 등등의 이슈들은 개인의 성향을 좌우하는 미터측정기 같은 것이 아니다. 특정 집단 소속을 증명하며 그 아이덴티티를 위해 공동의 적을 설정하기 위한 뱃지나 티켓 같은 것이다.
나는 그래도 20 30 이나 60 70 보다는 40 50 과 주로 남성으로 이루어진 집단에서 주로 글과 말을 듣는 것을 택하기로 했다. 내가 나와 비슷한 밈들에 전염된 사람들 속에 속하기로 한 것이 차별이나 배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략 이런 그룹이 비교적 여론 주도층이라거나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보다 과학적이며 덜 보수적이라거나 하는 따위의 이유는 아니다. 이 그룹 중 일부의 특징은 ‘돈’과 그 흐름에 민감하다. 가령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위기 문제를 두고, 파국을 걱정하거나 문제가 거짓이라는 둥 어떤 운동을 벌이기 보다는 어떤 산업이 유망해질지를 따지는 식이다.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절망하기에 앞서 누가 수혜를 볼지 찾아보려는 식이고.
돈과 이익과 주가와 지수를 보는 사람들은 숫자를 더 신뢰하고 편견에 덜 휘둘릴 확률이 높다. 다만 코인과 NFT를 돌아보면 알 수 있듯, 기술 친화적이거나 트렌드에 민감하다고해서 폰지 사기에 대한 내성이 강하다거나 주변 사람들을 욕망을 위한 도구로 보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는 듯 하다. 어쨌든 세상을 통계와 빈도로 보고, 당위를 내밀기 앞서 현실을 표와 그래프로 바꿔 불편한 진실도 덤덤히 받아들이는 방식이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것은 40 50이 아니다. T가 아니다. 특히 숫자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도 아니다. 이들은 관망하기를 좋아하고 20 30이 만드는 트렌드를 이용해 먹을 의도와 탐욕으로 가득차 있다.
나는 딱 그렇게 살고 싶은 나이가 된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되기는 글렀고, 흐름을 주시하다가 기왕이면 그들이 내 자산을 불려주는 일도 덩달아 생겼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20 30 보다는 30 40
Extrovert 보다는 Introvert
보여주는 것 보다는 느끼는 것
도전 보다는 신중히 접근
요즘은 이런게 내 성향이고, 먼 성향이 많이 중첩된 관계를 맺을수록 탈이 날 확률이 높은 느낌이다.반응형'잡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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