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튭을 보다가 어느 30대 유튜버가 하는 이야기가 의아했던 적이 있다. 대한민국에는 멘토 역할을 할 어른이 없기 때문에 청년들이 조던 피터슨에게 열광한다는 것이다. 쪽수로 따지면 40대 이상 남성이 전체에서 2/3이상은 차지할텐데, 모델은 없고 죄다 꼰대 뿐이라는 오만방자한 이야기인가.
시간이 좀 지나고 N포세대 소외남 세대는 기존과 다른 고민들로 세계관을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가령 정치색이 맞거나 청년고민을 긁어주어야만 그들에게 인정받는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건지 애매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내가 유튜브에서 그나마 가끔이라도 보는 “어른”이 누가 있는지 돌아보니, 교수님이거나 과학자거나 삼프로 같은데 나와서 온갖 지식과 썰을 풀어주는 이야기꾼들 뿐이었다. 그게 아니면 정치색이 맞는 논객이나 투사들 정도겠지만 이들은 MZ에게 별 관심을 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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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킹이라는 유튜버가 스승이라 부르는 피터를 인터뷰하며 컨텐츠를 뽑아내는 영상들을 보았을때, 현재와 과거의 교류 또는 취미인이 장인을 찾아다니는 세대 극복을 체험했다. 그는 와이너리나 제조인을 직접 만나기 위해 여러 언어를 배우기로 했다고 한다.
피터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저 전문가 식견에 압도당하는 면모 뿐 아니라, 소싯적에 놀아보고 삶과 문화의 여유를 즐겨본 풍모와 밉지 않은 독설을 들으며 즐기게 된다. 질리게 하는 아재 개그 따위와는 차원이 다르다.
아르헨티나에 가서 땅고를 배우려면 마에스트로 할아버지들을 찾아가야 하는데, 그 이유는 군사독재 시절 땅고가 금지되는 암흑기가 있어서 세대 단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산업은 더할 것이다. 거장인 영화감독이나 만화가들을 그저 꼰대나 할배라는 이유로 무시하는 팬은 없을 것이다.
한국의 문화산업과 취미 활동은 사실상 9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그 이전으로 계보를 이으려면 미군부대와 이태원 게토의 문화수입을 살피거나, 탄압받은 뮤지션들을 말해야 하는데 군부독재의 탄압이란 사실 산업화의 다면성이다. 그래서 X세대 이전 산업화 세대는 ‘문화’성이 없는 투사와 이론가들이 지배했고, 포크와 엔까 아류 뽕짝과 유흥 춤 만화 오락실에 대한 적대성이 지배했다. 그리고 왜정때부터 이어진 군사문화 나이 서열 문화가.
전통식 증류 소주도 즐기지 못하여 타피오카를 수입하여 섞은 화학약품을 발명하여 희석식 소주라며 마셨다. 80년대가 되어야 3S 정책으로 야구 등 스포츠와 에로 영화로 눈길을 돌리게 된다.
그러니 요즘 세대 관심사와 어울리는 (문화) 장인과 어른을 찾기는 커녕, 히피나 LSD 세대 마냥 실험해보고 놀아본 어른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늦은 산업화의 여파이다.
그리고 청년 세대를 위한다면 본질적으로 기성 세대가 무언가를 양보하거나 포기해야 하는데, 그런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발언자는 주류 언론에 뜨지 않는다. 오히려 부동산을 처분하고 안전하게 은퇴하는 연착륙 계획을 위해 영끌을 이용하는 비겁한 업자들이 주류 언론에 해당한다.
무당이나 도사가 어느 집단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우연이 아닌 모양이다.
아래 산업혁명 강의는 고전적인 어른의 모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시대를 고민하고 미래와 먹거리를 고민하는. 어쨌든 유튜브에게 감사할 일이 가끔은 있다. 요즘 세대간 교류는 그나마 유튜브를 통해서 벌어지니까.
내 또래 세대가 늙은이가 될 때쯤이면 뭔가를 배우거나 듣기 위해 찾아오는 아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