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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5 그렉 이건
    잡설 2023. 4. 15. 23:23

    소소한 #일상

    #밀리의서재 내가 행복한 이유 #그렉이건

    단편집. 오랜만에 짧은 시간에 읽어치웠다.

    너무나도 90년대스러웠다. 얼터너티브 락처럼 우중충한 분위기도 그렇고 ‘빅 크런치’가 자주 언급된다. 아니나 다를까. 주로 90년대 초반에 쓰여진 작품들이었다.

    2022년에 번역 출간된 90년대 그렉 이건의 세계, 즉 ‘쿼런틴’으로 향하는 입문서나 길잡이 쯤 될 것이다. 쿼런틴은 무척 따라잡기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무엇이 이 작가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지 못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소설적 장치들이 충분히 그럴듯한 외삽으로 느껴지지 않는 지점이 있다.

    두뇌의 어느 부분을 개조하면 파동함수 붕괴를 제어할 수 있다거나, 수학 증명 연산 과정을 통해 우주의 운동 법칙이 바뀐다든지 하는 전개는 대체 우주 묘사도 아니고 사변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변에 몰입하고 공감하는 여부는 아마도 문화적 배경에 의존적인 듯 하다.

    영혼을 담는 신체 기관을 찾거나 빠져나가는 영혼의 무게를 재려는 시도를 해온 이야기에 익숙하면, 환혼에서 영혼의 바뀜 마냥. 물리와 우주를 바꾸는 장치나 영혼 부품 따위를 쉽게 받아들이고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

    90년대에도 00년도에도 10년도에도 지금도, 이런 이야기는 내게 SF가 아니고 작가의 사변일 뿐이다. 실현 가능성이 없어서는 아니고 소설은 결국 그럴듯하게 거짓말하는 과정인데, 내게 이런 식의 세계관은 그럴듯하지 않은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런 능력이 있다면’ 류의 사고실험이 어디로 귀결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마블 유니버스이다. 질량 보존 법칙을 위배하며 몸크기를 바꾸는 앤트맨이나, 영어로 지껄이는 외계 종족을 볼때마다 몰입이 너무 어려워진다.

    테드 창과 그렉 이건이 90년대에 선보였던 참신하고 최신 기술용어 친화적인 세계관을 디즈니가 영상으로 구현하고 있다고 봐도 좋겠다. 아마도 당시에는 선구자적인 상상과 사고실험을 하는 작가들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적 허영이나 편집증적 의식 흐름조차 납득을 한다.

    그저 몰입이 어려워 내 취향에 맞지 않는 것 뿐이다.

    고증과 외삽이 정교한 하드코어 SF만을 원한다는 순혈주의적 입장이 아니다. 첨단 용어를 차용할 수록 수명이 짧아지는 시대라서, 그런 것을 자제해야 고전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럴듯한 거짓말이란, 혼란스러운 와중에 그럴듯해 보일 정도로 기똥찬 거짓말이나 허언을 의미하는 것이다.

    ——

    ‘확장된 표현형’ 2022년 번역본인 걸 알고나서 담았다. 기존에 갖고있던 책은 번역 문제때문에 읽기가 힘들었었는데 다시 시도할 기회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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