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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도깨비 그리고 핍진성잡설 2023. 3. 11. 21:47
https://www.masterclass.com/articles/what-is-verisimilitude
마침내 k-drama #도깨비 정주행을 완료했다.
남겨두던 마지막 3개 회차에서 빠른 전개로 떡밥회수 시도하는 흐름이 괜찮았다. 다만 뜬금없는 전개가 #김은숙 작가의 특징인 걸 이번에서야 알았다. 수많은 작품들을 알지만 첫 정주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특성은 예측 불가능한 의외성을 추구하던 양면이었다. 그래서 마지막화 전개에서는 제대로 당해서 말려들었다. 그렇지만 불만이 없지는 않았다.
그것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핍진성 이라는 용어를 알게되었다. 스토리 전개의 ’그럴듯함‘을 지칭하는 것이다.
장면 연출의 힘은 ’거짓‘과 ’말도 안돼‘라는 선을 넘게할 수 있다. 감정 이입의 힘으로 인물의 부활을 염원하게끔하면 충분히 기적을 연출할 수 있다.
핍진성은 고증이나 리얼리티와는 다르다.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이어붙여 마치 2미터에서 몸을 던져 굴린 것처럼 연출하면, 리얼리티가 떨어지고 물리법칙을 무시한 것이다.
하지만 도깨비는 인간이 아니라는 설정을 바닥에 깔고 공유하고 있었다. 동시에 소멸하면 불멸이라는 형벌로부터 해방된다는 설정도 제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불멸성을 해소하지 않으면 떡밥회수에 실패한 꼴이 된다.
개인적으로 핍진성 문제를 가장 부각하는 부분은 ’기억‘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9년과 30년이라는 시간 점프에 대한 것이었다.
기억은 시간 흐름에 취약하다. 인간은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을 다르게 처리한다. 기억은 말그대로 바뀌어 간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 드라마 엔딩을 몰입하기 어렵다.
눈앞에 닥친 죽음을 과소평가하고 손쉽게 다음생의 행복으로 위안할 수 없다. 9년은 지나치게 긴 시간이다. 특히 20대 여성에게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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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나 ’과거‘로 이동하여 먼치킨이 되는 이야기에는 욕망이 투영되어 있는데, 유일하게 갖춘 지식과 기억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상들을 제치고 성공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이야기에는 몰입하지 못하게 된다. 중세 시대에 떨어진 나는 근대적인 생각으로 세상과 환경을 근대화시키는 행동을 하기보다는 중세의 마인드셋으로 퇴행 자기세뇌할 것이다. 생존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현대 기술문명이나 무기를 이세계에서 활용하고 싶다면, 이세계로 공장 공급사슬 원료를 수급하고 대량생산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을 함께 가져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편의점 전력망 약국 인터넷망과 빠른 미디어가 없는 곳으로 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국가와 법이 멀고 폭력과 약탈이 가까워 이동과 행동 제약이 있는 곳으로 가고싶지 않을 것이다. 그런 곳에 굳이 가려가든 항공모함 수준의 단체및 시스템 또는 기업과 함께 가는 것이 그나마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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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에는 진화적인 이유가 있는 모양인데, 실제로 스토리는 사람이 기억을 잘하는 수법이기도 해서 긴 숫자를 기억하는 사람은 자리수 숫자들을 사물 인물 등 이야기 구성요소로 치환한다고 한다.
스토리는 주변에서 온갖 유의미성을 찾는 패턴인식 본능과 유관하며, 애니미즘과 신화와 초자연적 존재들의 근본 원인일 것이다. 화성의 돌덩이나 구름에서 형체를 보고 초자연적인 설명과 미지의 두려움을 변명하는 이유일 것이다.
사람은 사람에게서 이야기와 정보를 취득한다. 그것이 자기복제자 meme 의 생활주기인데, 자기복제자는 숙주’들‘ 집단 풀에서 존속한다. 생존을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인 타인이 필요하고 집단과 공동체가 필요하다.
도시와 기술 생리로 인해 관계들이 간접화되고 멀어져서 이런 것들을 망각하기 쉽다.
로또번호나 돈이 되는 비밀 따위를 가지고 멀티버스로 넘어가도 그 meme 묶음이 쓰임이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고, 생존을 걸고 도박할 믿음이 부족할 것이다. meme 에 대한 신뢰도는 meme 을 전파하는 유기체 집단들이 주는 것이다.
가령 과학자 집단이나 과학 커뮤니케이터, 미디어, 출판사들이 함께 따라가지 않거나, 이세계의 인플루언서 집단이 내가 간직한 비밀과 다른 소리를 하면 나는 쉽게 비밀을 불신하고 안전하게 생존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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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작가를 알게됐으니 후속작으로 The Glory 를 정주행할 확률이 높다.
최근 이슈로 내가 가진 meme 무리 비율과 구성을 어떻게 가져가야할까 생각하게 된다. 가령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고 폭력과 죽음을 목격하는 거리에서 살고 있을때, 나는 마치 폭력과 가해가 존재하지 않거나 보이지 않는 것마냥 방관자로 살 수 있을까.
이전 시대를 살아온 어머님은 막 성인이 된 내게 조언하신 적이 있다. 위험하니 튀지 말고 조심하라고. 그게 일종의 대학생활 가이드북이었다. 끝마칠때까지 말조심하며 다치거나 죽지 말라는 것이었다.
태도를 결정하는 것은 쉬운 편이다. 타자화하거나 공감하는 대상 구분하는 선을 임의로 그으면 된다. 나와 무관하다고 결심해버리면 무고한 이들에게서 시선을 거둘 수 있고, 아주 쉽게 돌던지거나 또는 살기 위해 이득을 얻기 위해 벼랑끝에서 차버릴 수 있다.
스토리와 이야기의 형태를 취하면 매우 쉽게 감정이입하고 공감하는 형질로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도깨비 신부의 희생이야기는 너무 가볍게 다루어졌다. 핍진성을 손상하는 변수였다. 아마 그때쯤 작가는 아이들의 목숨과 값어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지나치게 확신했었나보다. 아마 차기작에서 그 반성을 소재로 다루지 않았을까.
9년이 지나도 30년이 지나도 세상과 인물들 행태가 그다지 바뀌지 않는다는 묘사가 가장 핍진성을 떨어뜨리는 부분이었다.
남의 고통을 나와 내 혈육의 일로 여길 수 있는 공감 능력은 패턴인식과 함께 지금의 인류를 만들어낸 형질일 것이다. 그런데 유전 형질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고 통계 분포적인 것이다.
공감 능력이 형편없이 낮은 형질도 유용하다. 아마 그런 이들이 색출하고 분류하며 고문을 하는 역할로 쓰였을 것이다. 그런 형질은 인성이나 본능이 아니라 인센티브를 통해 시스템에서 선별하고 길들이는 것이다.
잘못된 분류 체계와 잘못된 우선순위가 주어진 이들이 인간을 소모품 취급하며 생사와 고통을 결정한다. 소시민 뿐 아니라 인공지능도 이렇게 동작할 수 있다.
아시모프의 로봇3원칙에 따라 설계된 로봇에게 살인시키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인간’을 분류하는 기준을 조정해두고서 인간으로 인증받지 않은 대상을 분류 처분하도록 명령하면 된다.
핍진성이 왜 중요할까. 캐릭터와 나를 일치시키는 몰입과 생사가 걸린 문제를 우연이나 진중하지 않게 느껴지는 설득 따위로 하찮게 결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인생은 결국 선택을 통한 생존과 승패의 문제로 수렴하기 때문에. 모든 것은 패턴으로 연결되어 말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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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 is a relationship between storytelling and pattern recognition. Storytelling involves the creation of narratives that follow a particular sequence of events, which can be thought of as a pattern. When we hear a story, our brains process the information and identify the underlying patterns and relationships between the different elements of the story.
Research has shown that our brains are wired to identify patterns and make connections between seemingly unrelated pieces of information. This ability to recognize patterns is essential for understanding and interpreting the world around us, and it is closely related to higher-level cognitive processes such as creativity and problem-solving.
Moreover, some researchers argue that storytelling is one of the ways in which humans have developed pattern recognition skills throughout our evolutionary history. Through the process of telling and listening to stories, our ancestors were able to recognize patterns in their environment and use this information to navigate and survive in their surroundings.
In conclusion, while storytelling and pattern recognition are not the same thing, there is a close relationship between the two. Storytelling involves the creation of narratives that follow a particular pattern, and our brains are wired to identify and interpret patterns in the information we receive.반응형'잡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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