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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6 필라테스?
    잡설 2022. 3. 16. 19:23

    https://www.self.com/story/5-things-to-know-before-you-take-pilates-classes

    8 Things to Know Before Your First Pilates Class

    Now's the time to give it a try.

    www.self.com

    #pilates #검색

    사거리 건널목에서 신호 기다리는데, 모자쓴 중년남성분께서 다가와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긴장하며 쳐다보는데, 길 건너편 간판을 가르키며 필라테스가 뭐냐고 물으셨다.

    순간 여러 생각이 스쳤는데, 일단 궁금한 걸 타인에게 바로 물어볼 수 있는 용기가 부러웠다. ‘여자들 많이 하는 운동 있어요’ 라고 답변해 드렸고, ‘검색해보시면 알 수 있어요’ 라고 덧붙였다. 그러더니 흐흐 웃으시던데,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궁금한게 생기면 내게 이것저것 물어보곤 했다. 그때마다 네이버앱에서 검색결과를 보여드리곤 했다.

    검색 엔진이라는게 세상에 없었을때, 새로운 것에 대해 알 수 있는 창구는 TV 신문 잡지 등 레거시 미디어 그리고 주변인의 소문과 지인의 감탄을 섞은 자랑 정도였다. 기술의 본질상 습득 체화 과정을 겪지 않으면 몸에 습관화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종종 망각한다.

    이미 알아버리고 몸에 배어버린 것들에 대해 알려주기가 무척 어렵고, 왜 이런 당연한 것도 모르는지 이해 못할 때가 있다. 강신주 선생님이 약뚜껑 방식이 바뀌어 제때 약을 못먹고 죽은 노인의 이야기를 하며 이런 것이 기술과 노화의 본성이라고 말해주었다. 노인들은 네이버나 구글 검색이 쉽지 않고 그렇게 하면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떠올리지도 못하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마우스 더블 클릭이나 드래그앤드롭 행위에 슬슬 위기가 오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시간 간격 이내에 버튼을 두번 누를 수 없게되면 컴퓨팅에 애를 먹을 것이다. 수전증때문에 폴더를 엉뚱한 곳으로 사라지게 하는 사고 빈도도 조금씩 늘고 있다. ctrl-z 덕분에 산다.

    우리는 오랫동안 몸에 밴 고정 경로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동물이며, 그것은 진화의 결과이다. 환경과 시장과 지식이 자꾸 바뀌니, 우리는 진화가 부여한 본능을 거슬러 우주에 대해 배우고 새로운 도구(몸의 확장) 사용법을 끝없이 배우다 죽을 운명이다.

    어느 임계점 나이가 되면 변화가 목숨을 위협하는 생존본능에 따라 세상이 제발 좀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게 당연할 지 모르고, 더 나아가 거리로 모여 떠들면 어린 세대들에게 제발 좀 집에나 쳐박히고 조용히 살다 뒈져버리라며 눈총 받게 될 듯하다. 이십년 후에는 노인들이 모여 옛날 얘기로 소일하는 곳은 종로가 아니라 강남이 될 것이다.

    맞다. 낚시였다. 사실 하고싶은 얘기는 필라테스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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