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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427 단상 travel
    개인사 2022. 10. 2. 13:03

    Post 20150427 travel

    느닷없이. 첫 외국 여행 도중의 한 순간이 떠올랐다. 디카는 커녕 필름 카메라도 지참하지 않았고, Palm 3e를 구입하기도 전이었으며, 휴학중인 학생 신분.

    그래서 일기나 감상을 볼펜으로 작은 노트에 적고 스케치도 일부 했었는데, 그 텍스트들을 언젠가 되새기며 전산화하려다 귀차니즘때문에 여태까지 보류중.
    일부 뒷감상을 하이텔 모 동호회 게시판에 난잡한 잡설로 남기곤 했다.

    버스나 밤기차를 타고 주로 도미토리에서 묵으며, 동네 시장을 돌아다니며 먹는 이동 식주 비용외에 약간의 비용증가를 더한 경우가 몇번 정도.

    50달러를 주고 포카라에서 안나푸르나 중턱에 있는 공항으로 프로펠러 경비행기를 이용해 올라간 후 일주일동안 내려오는 트레킹.
    캘커타에서 안다만까지 2박3일간 이동하는 여객선.
    육로 국경을 넘어 고속버스타고 찾아가봤던 라왈핀디와 이슬라마바드.
    스리나가르 호수위 호사스런 하우스보트.

    안다만 제도는 인도령이라 인도 시간을 사용하지만, 인도차이나 반도에 더 가까운 위치인지라 새벽4시면 동이 텄다. 지나가는 버스 밖으로나 잠깐 구경할 수 있었던 안다만 원주민은 인도나 동남아 인종과는 확연히 차이나며 색다르다.

    멋모르고 북쪽 작은섬에 해먹과 식량을 싸들고 들어갔다. 일종의 캠핑 장소인데, 몬순이 올라오는 비수기 경계에 방문하는 바람에 관광객이 다 빠져 나가고 없었다.
    그러니까 안내를 받아 보트를 타고 들어간 대략 무인도 같은 곳에 여행자는 오직 나 혼자뿐. 그리고 약간 떨어진 오두막에 현지 관리인 한두명.

    나무 위에 매달아놓은 과자류 식량은 밤에 염소로 추정되는 가축이 찾아와 뜯어먹고, 나무 사이에 매달아놓은 해먹은 해가 떨어지고 맨살이 닿으면 거칠었으며, 둘째날인가 지붕으로 덮은 비닐천이 비바람에 뒤집어져 버렸다. 흠뻑젖고 오들오들 떨며 밤을 지내는데, 저체온증에 시달리며 온몸에 경련이 일었고 전기불 따위는 당연히 하나도 안보이는 암흑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며 정신이 들때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니까 본능에서 비롯된 신성모독 행위쯤 되나.

    그런데, 다음날 또는 그 다음날 구름이 개인 낮 풍경은 심성을 평화롭게 바꿔주었다. 해변을 따라 무작정 걸어봤는데, 오른쪽 절반면은 인도양 수평선과 먼발치 구름들, 위에는 내려쬐는 태양 직사광선, 모래사장은 계속 이어지고 한시간쯤 걸어 해변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모든 것이 나무와 풀로 이뤄진 빈 마을이 보였다. 왜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접촉을 꺼리고 계속 혼자 있고 싶어서 조용히 빠져나와 돌아왔다.
    해변에는 다리가 길고 가느다라며 몸통은 동전만한 게들이 스르륵 지나다녔고, 옷차림이 상의없이 수영복 반바지와 룽기 뿐이어서 바닷물로 뛰어들어 잠수해봤더니, 거칠은 돌들과 산호 열대어들이 잔뜩 보이는데 색깔이 짙은 보라 노랑 파랑 따위라서 감탄하기 이전에 이질감이 들고 겁부터 났다.

    시야가 담을 수 있는 180도 평면에 거리감을 느끼게 해주는, 대략 수십킬로쯤 떨어져 흩뿌려져 있는듯한 열대 구름들과 물물물 수평선 뿐이다. 그 방향으로 3일 정도 항해하지 않으면 육지에 다다를 수 없는 해변.
    모랫가로 나와 섬을 등지면, 사람 동물은 커녕 건물 배 등등 인공물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주위 한시간 걸음 거리 내에는 아마도 나만 있었겠지. 그래서 그걸 고독이라 하나부다 생각하며 겁에 질렸다가 오후까지 걸어 해먹으로 돌아왔다.

    당연히 그곳에는 화장실도 샤워실도 없었으며, 소금기는 몸과 머리카랔에 일주일간 달라붙어 있었다. 식수를 어찌 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음. 음료수를 잔뜩 싸갔었나?

    이틀후인가 독일인 남녀 커플이 찾아와 방문객은 세명이 되었고, 귀한 말동무가 되주었고 나중에 캘커타 귀로까지 동행했다.

    무인 고독 경험이 무의식에 영향을 주었는지, 정지위성 궤도 체류나 항성간 이동 환경이나 그 와중에 절대영도 공간에 혼자 남게 되는 공상을 하곤 했다.

    영화 '왓치맨'에서 인류를 떠나는 닥터 맨해튼 에피소드라든지, '그래비티'에 몰입하며 기시감을 느낄만 했다.
    그러니까 그 압도적인 공간감이 안구를 채우는 감각과 혼자다라는 자의식의 혼합이 그리울 때가 있나부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중 대략 마을간 세시간 걸음 간격 사이에 휑한 화성 느낌나는 황무지도 비슷한 체험이긴 했지만, 무인감과 황망한 공간감에 있어서는 그 해변이 독보적이었다.

    사족 좀 덧붙이자면, 파키스탄 수도는 2001년 뉴욕의 모 사건으로, 안다만은 2004년의 동남아 쓰나미로 인해 다시 접근하기 어려운 형편인가보다.
    안나푸르나의 마을들은 아마 훨씬 더 많은 숙소와 여행지화 변신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하며, 스리나가르가 있는 카쉬미르 지역은 그때도 파키스탄과의 분쟁지역으로 유명했다.
    과연 불가지성과 희소성때문에 기억의 값어치가 왜곡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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